제프 시몬스 엘랑코 글로벌 CEO “2024년 블록버스터급 제품 5개 출시 예정”
김영은 기자 kye0218@hankyung.com
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반도체 산업보다 크다. 바이오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‘20세기 최고의 발명’으로 꼽히는 항생제의 발견이었다. 항생제가 등 장하면서 세균학의 시대가 열렸고 인간 수 명이 80세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 큰 역할 을 했다.
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1940년대 페니실린의 대량 생산 기법을 최초로 개발 하며 폭풍 성장한 기업이다. 일라이 릴리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1953년 최초로 동물 전용 항생제도 상용화했다.
일 라 이 릴리 의 동 물 약 품사 업 부 는 1965년 ‘엘랑코’라는 이름을 달고 출범했 다. 엘랑코는 2018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 며 일라이 릴리에서 독립했다. 2020년에 는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의 동물약품사업 부를 인수·합병(M&A)하며 글로벌 동물 의약품 시장 2위로 올라섰다.
엘랑코의 매출은 2021년 기준 47억 6500만 달러다. 6조원이 넘는다. 동물 의 약품만 판매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매출 2배에 달한다. 엘랑코는 글로벌 동물 의약품 기업 중 유일하게 한국에 생산 공장도 두고 있다.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장 은 엘랑코의 글로벌 수출 전초 기지다. 반 월공장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은 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·호주·일본 등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.
제프 시몬스(Jeff Simmons) 엘랑코 글 로벌 최고경영자(CEO)는 한경비즈니스와 의 인터뷰에서 “2024년 상반기까지는 미
국에서 승인된 블록버스터급(연매출 1조 원 이상이 기대되는 의약품) 5개 제품 출 시에 주력할 예정”이라며 “한국 시장에서 는 반려동물 사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 다”고 말했다.
2018년 뉴욕증시 IPO 이후 급성장
시몬스 CEO는 미국 코넬대 졸업 후 엘랑 코의 가금류 영업팀에 입사해 30년간 동물 의약품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. 브라 질·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근무한 경험 을 바탕으로 엘랑코의 연구·개발(R&D)에 도 큰 힘을 보탰다. 2008년 엘랑코 사장에 부임한 이후 2018년 뉴욕 증시 상장을 완 료하면서 CEO 자리에 올랐고 2019년 독일 바이엘의 동물사업부 인수 등을 통해 엘랑 코의 급성장을 이끈 주역이다.
Q 엘랑코의 성장 스토리가 궁금합니다. “엘랑코는 그간 성장과 확장이라는 여정 을 걸어왔습니다. 2008년 모 기업인 릴리 가 개발한 의약품이 특허 만료에 임박하면 서 또 다른 성장 동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어요. 릴리는 당시 엘랑코를 성장 동력으 로 지목했습니다. 이에 엘랑코는 다양한 동 물 건강 전문 기업 인수를 진행했죠. 그 결 과 기업공개(IPO) 당시 회사의 매출은 약 10억 달러에서 2021년 기준 47억6500만 달러까지 늘어났습니다.”
Q 한국 사업을 1970년대에 시작했습니다. 한 국에 생산 시설을 갖춘 이유는 무엇인가요. “엘랑코 코리아의 반월공장은 지역 내 공 급을 위해 무균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
엘랑코는 글로벌 동물 의약품
기업 중 유일하게 한국에 생산 공장도 두고 있다
한 전략적 생산 공장입니다. 특히 주사제와 경구용액제 생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. 엘 랑코는 한국 고객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동 시에 전 세계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에서 유일한 글로벌 동물 의약품 회사입니다. 엘 랑코 반월공장에서 생산된 각종 멸균 주사 제와 경구 액제는 현재 뉴질랜드·아시아· 라틴아메리아 등 29 개국에 수출하고 있어 요. 엘랑코 반월공장은 한국에서 둘째로 동물 의약품의 제조·품질 관리(KVGMP) 를 받은 공장이고 6번의 수출 공로상을 수 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. 앞으로도 수 출 국가와 수출 물량의 지속적인 성장이 기 대되는 생산 기지입니다. 한국 법인인 엘랑 코 코리아는 바이엘 동물약품사업부 인수 전까지 B2B 사업 비율이 조금 더 높았습 니다. 하지만 2020년 바이엘 동물약품사 업부 인수 후 한국 생산 시설을 확보하면서 B2C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으 로 성장했죠.”
Q 향후 한국에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
“IPO 이후 엘랑코는 혁신·포트폴리오· 생산성(IPP : Innovation, Portfolio, Productivity)이라는 일관된 전략을 추진 하고 있습니다. 엘랑코의 성장을 위해 우수 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후기 임상 단계 의 파이프라인을 진척시키기 위해 노력하 고 있습니다. 특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우 리가 경쟁력이 있는 축종(가축의 종자) 분 야에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시장을 확
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.
“한국 엘랑코는 반려동물과 농장 동물 사 업이 거의 20대 80으로 구성돼 있습니다. 한국 생산시설은 주로 농장동물 위주의 무 균 제품 생산에 특화돼 있는 만큼 현재 반 월공장에서 생산한 항생제, 대사촉진제 등 의 농장 동물 제품을 한국을 포함해 30개국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. 이 밖에도 글로 벌 차원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광범위 구충 제품과 피부 관련 제품 2가지, 파보바이러 스 치료를 포함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 중 이고 이미 후기 임상 단계에 있습니다.”
Q 한국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만의 특징이
나 유망성을 어떻게 보나요.
“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한국에서 반려동 물을 키우는 가정이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 다. 이에 힘입어 엘랑코의 반려동물 사업은 지난해 한국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했습 니다. 특히 한국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확산된 최근 2년간 오프라인 소비자, 특히 40~50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온라인 구 매 전환을 가속화하며 온라인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어요. 그중에서도 혁신 제품군 의 인기가 뚜렷합니다. 진드기를 예방에 효 과가 탁월한 목걸이형 구충제 ‘세레스토’ 는 진드기에 물려야 효과를 나타내는 타제 품과 달리 접촉만으로도 진드기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반려견을 위한 혁신 제품으 로 인정받고 있습니다.”
Q 올해 엘랑코의 글로벌 및 한국 시장에서
의 목표가 궁금합니다.
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. 마지막으 로, 생산성 관점에서 바이엘 인수를 계기 로 정보기술(IT) 시스템과 프로세스 통합 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. 이는 올해 2분기 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. 한국에서는 글로벌의 IPP 전략에 따라 혁신 제품의 경 쟁력을 높이고 있죠. 특히 2022년 한국에 출시된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로 최근 반려 견용 외이염 치료제 넵트라 점이제를 출시 해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. 외이염은 매일 귀에 외용제를 투여해야 하는 치료 방식 때 문에 반려견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 는 질환입니다. 넵트라는 귀에 한 번 투여 하면 30일간 효능이 지속돼 한 번의 동물 병원 방문으로도 외이염 관리가 가능해 반 려견의 생활의 질을 높인 혁신 치료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.”
Q 사업 보고서를 보면 R&D 투자 규모가
상당합니다.
“엘랑코 전략의 핵심은 ‘이노베이션’입니 다. 우리는 매출의 약 8%를 R&D에 투자합 니다. IPP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죠. 엘랑 코 글로벌은 2021년 기준 3억6900만 달러 (약 4655억원)를 R&D에 투자하고 있고 현 재 170여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. 헬스케어 기업에 혁신이란 미래 성장을 위 한 생명선입니다. 앞서 언급한 후기 임상 단 계의 혁신뿐만 아니라 제품 수명 관리, 초기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확충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. 2024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에서 5개의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. 이후 이 약품들의 국가별 승인 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.”